장미가 피는 계절
어제야 골목을 걷다 곳곳에 피어있는 장미들을 보았다.
어느새 계절이 이렇게 되었구나.
작년엔가 남자친구와 함께 캐나다에 이민 간 친구.
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문득문득 생각나는,
항상 웃음이 어린 얼굴이 보기 좋던 사람인데
2년 전 이맘때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문상을 다녀왔었다.
장미가 피는 계절을 뚜렷하게 느끼기 시작한 건 그 2년전 부터다.
친구 아버님 문상을 다녀오는 길에서 동네 골목에 핀 장미들을 보았다.
반팔위에 입었던 가을 자켓이 덥고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.
덥고 가라앉은 마음에 동네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는
함께 문상간 친구와 함께 별 말이 없이 걷다가 피어있는 장미를 보고
왜인지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찍었다.
꽃.
사진은 나한테 아무런 의미가 없다.
막연한 시간들위에 그저 점을 찍듯 사진을 찍는다.
작년 이맘때에는 혼자 밤 산책을 하며 탐스럽게 핀 장미를 보면서
동네 사이로 걸음걸음 다니던 나와 친구들의 잰 발걸음을
골목길 위에 잔상이라도 어린것처럼 떠올리게 되었다.
장미는 나한테는 벚꽃보다 더 선명한 계절감.
이렇게 풍성하게 피어 올랐다가도 곧 꽃잎이 시들어 바닥에 날리게 되면
곧 다가올 길고 무더운 시기를 땀을 뻘뻘 흘리며 이겨낼 것을 각오하게 하는 것이다.
Yoen nam dong
Minolta Hi-matic f
200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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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9년에 블로그에 썼던 글.